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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프로 16인치 구매후기

2010년에 부모님이 사주셨던, 13인치 맥북프로를 시작으로 맥에 입문한지 어느 덧 10년차가 되었다. 그 사이 맥북으로 뭔가 대단한 걸 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맥은 게임도 제대로 안되니까 정말로 특수한 목적으로만 사용했었는데, 예전에는 첫 번째가 웹 개발이었고, 지금은 영상 편집이다.

나는 사실 조립PC를 맞춰서 쓰는 사람이다. 운영체제 중에서는 윈도우를 제일 좋아한다. 리눅스는 라즈베리파이와 같은 작은 폼팩터나, 스마트폰에 이미 들어가 있으니까 이미 일상에 녹아들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맥(Mac)은 아니다. 맥은, 맥북프로 정도의 노트북은 정말로 순수하게 써야만 하는 의도가 있지 않는 한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를 빼더라도, 일단 너무 비싸다. 자동차 타이어보다 비싼 맥 프로 본체 밑의 바퀴나 모니터 스탠드 쇳덩이에 부과하는 애플의 가격 정책을 볼 때 맥은 내 입장에서는 정말로 써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나에게는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사실 일반 노트북으로도 내가 원하는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구매한 맥북프로 16인치는 구매가의 절반 정도면 꽤 괜찮은 윈도용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다. 내가 만약 거기에 만족한다면 말이다.

단순히 디자인 문제라고 보기에는 맥북프로보다 이쁘고 단정한 노트북 디자인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LG의 gram 시리즈는 가볍고 단정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에 삼성에서 출시한 새로운 노트북들의 각진 디자인도 훌륭하다. 그에반해 맥북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디자인이 그렇게 개선 되지도 않았고, 언뜻 봐서는 훌륭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하드웨어에서 시작해서 소프트웨어까지 오로지 한 회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마감한다는 것에는 생각보다 대단한 힘이 있다. 2010년에 구매한 맥북프로는, 지금은 매우 느려지고 사실상 편하게 쓰기 어렵긴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동작하고 있다. 오래도록 켜놓고 지내도 마치 스마트폰처럼 언제든지 필요하면 쓸 수 있어서 편하다. 무엇보다 UI와 UX가 세심하게 배려되어 있고 아름답다.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알루미늄 유니바디를 처음 도입한 애플의 병적인 집착을 확인해보면 된다.

나는 2010년형 맥북프로 13인치를 들고 2016년에 중국 상해에서 촬영했던 FHD 영상들을 거의 대부분 편집했다. 속도가 정말 환장하게 느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운되거나 프로그램이 멈춰서 작업 했던걸 날려먹거나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프로그램이 멈춰도 다시 켜두면 마지막까지 작업 했던 그대로가 남아있었다. iMovie를 썼을때도, FCPX를 썼을때도 마찬가지다.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이 것은 내가 맥북프로를 신뢰하게 된 결정적인 경험이었고, 그 경험 덕분에 나는 마음놓고 2015년형 맥북프로 15인치를 다시 지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한동안 2015년형 맥북프로 15인치에서 꽤 만족스런 맥라이프를 즐겼다. 파이썬 코딩을 해야 하거나, 4K 24fps 영상들을 간단하게 편집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조금 느리면 기다리면 되었고, 어쨌든 블루스크린 한 번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마 계속 쓰라고 했었어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이번에 맥북프로 16인치 구매하기 전까지 한 2달 정도 고민을 했었다. 정말로 필요한가? 이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더 큰 가치를 주지 않을까? 신형 아이맥을 기다리는 건 어떨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지만, 4K 60fps 영상 편집을 몇번 해보면서 점점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무엇보다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렇게 고통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먹고 질렀다. 적지 않은 돈이었고 이왕 사는 거 고급형으로 가자 싶어서 고급형에 램까지 32GB로 업그레이드 했다.

그래서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99% 만족한다. 나머지 1%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포트의 부재 정도이다. 이건 벨킨이나 다른 3rd party 회사에서 출시한 허브로 해결했지만 여전히 아쉽긴 하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USB-C 타입의 포트 4개만 딸랑 있는게 좋지만, 현실은 허브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야 쓸만해진다. 하지만 이 문제 말고 성능이나 다른 문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계식 키보드를 여러 대 사서쓰는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나비식 키보드와 ESC키의 부재는 이번 모델부터 없어졌기 때문에 구매를 막는 요소는 사실상 가격 뿐이었다.

이제 영상 편집을 해도 정말로 쾌적한 느낌이 든다. 버벅이거나 힘들어하는 느낌도 없고, 비행기가 이륙할 것 같은 펜 소음도 잘 들리지 않는다. 렌더링 속도도 굉장히 빨라져서 기다리는 시간도 적고, 결과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취미 생활에 즐거움이 더욱 커졌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이고, 지금 구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면 조언해주고 싶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배송 일자만 늦어질 뿐” 이라고.

YouTube에 언박싱 영상을 업로드 해보았다. 새 맥북프로로 작업한 첫 영상인데 촬영하고 편집하는 내내 신난 기억이 난다. 앞으로 좀 더 자주 취미활동을 즐겨봐야겠다. https://youtu.be/5GTqFZdtL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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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

감기 증상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고 강제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3일간 진행했다. 그 중 첫 날은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 조차 어려워 사실상 2일간 진행한 셈인데, 내일부로 정상 출근을 앞둔 지금 짧게 재택 근무 소감을 남겨 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다 같이 재택 근무를 하지 않는 이상 나홀로 재택 근무는 좀 어려운 것 같다. 다들 지정된 시간에 회의나 구두 협의 등을 통해서 일을 정리할 수 있는데 반해 재택 근무자는 오로지 메신져와 전화를 통해서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마저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할 경우에는 가능한데 그게 아니라 뭔가 기다려야 할 경우에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좀 답답한 것 같다.

물론 이 것이 재택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재택 근무는 IT 기술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정말로 걸맞는 근무 제도라고 생각한다. 단지 출근을 못하는 상황에서 임시 방편으로 재택 근무가 시행되거나, 제대로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하게될 경우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이다.

지금 회사는 재택 근무에 필요한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보안상 안되는 게 많아서 결국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느리고 불편한 가상 환경은 둘째치고 아예 권한이 없어서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혹은 접속조차 안되는 사내 사이트도 많았다. 물론 권한 신청을 한다거나 하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국내외를 통틀어서 내노라하는 회사조차 이 정도 상황이니 아직 재택 근무 환경이 준비되지 않은 곳들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이 불명확한 점도 어색했다. 컴퓨터를 켜서 가상 환경에 로그인하면 출근, 로그아웃 하면 퇴근인 셈인데 오히려 자리를 비우기가 힘들어서 어려웠다. 정말로 급하게 대응해야 할 일을 할 때는 재택 근무가 오히려 빨랐지만 (회의나 기타 잡무로 불려갈 일이 없으니까) 그 때 뿐이어서 여러모로 아직 적응이 안된 셈이다. 재택 근무를 한 달 정도 진지하게 준비해서 시행해보고, 시스템을 사전에 좀 더 보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환상으로만 간직했던 재택 근무 체험을 본의 아니게 해보았는데, 잠깐의 업무 공백을 메우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결국은 회사에 출근을 해야 일이 되는 것 같다. 아직은 아마도 적응이 덜 된 거라 생각되지만, 미래를 대비해서 나도,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완을 해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