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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재택 근무

감기 증상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고 강제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3일간 진행했다. 그 중 첫 날은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 조차 어려워 사실상 2일간 진행한 셈인데, 내일부로 정상 출근을 앞둔 지금 짧게 재택 근무 소감을 남겨 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다 같이 재택 근무를 하지 않는 이상 나홀로 재택 근무는 좀 어려운 것 같다. 다들 지정된 시간에 회의나 구두 협의 등을 통해서 일을 정리할 수 있는데 반해 재택 근무자는 오로지 메신져와 전화를 통해서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마저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할 경우에는 가능한데 그게 아니라 뭔가 기다려야 할 경우에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좀 답답한 것 같다.

물론 이 것이 재택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재택 근무는 IT 기술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정말로 걸맞는 근무 제도라고 생각한다. 단지 출근을 못하는 상황에서 임시 방편으로 재택 근무가 시행되거나, 제대로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하게될 경우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이다.

지금 회사는 재택 근무에 필요한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보안상 안되는 게 많아서 결국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느리고 불편한 가상 환경은 둘째치고 아예 권한이 없어서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혹은 접속조차 안되는 사내 사이트도 많았다. 물론 권한 신청을 한다거나 하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국내외를 통틀어서 내노라하는 회사조차 이 정도 상황이니 아직 재택 근무 환경이 준비되지 않은 곳들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이 불명확한 점도 어색했다. 컴퓨터를 켜서 가상 환경에 로그인하면 출근, 로그아웃 하면 퇴근인 셈인데 오히려 자리를 비우기가 힘들어서 어려웠다. 정말로 급하게 대응해야 할 일을 할 때는 재택 근무가 오히려 빨랐지만 (회의나 기타 잡무로 불려갈 일이 없으니까) 그 때 뿐이어서 여러모로 아직 적응이 안된 셈이다. 재택 근무를 한 달 정도 진지하게 준비해서 시행해보고, 시스템을 사전에 좀 더 보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환상으로만 간직했던 재택 근무 체험을 본의 아니게 해보았는데, 잠깐의 업무 공백을 메우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결국은 회사에 출근을 해야 일이 되는 것 같다. 아직은 아마도 적응이 덜 된 거라 생각되지만, 미래를 대비해서 나도,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완을 해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