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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크루즈선이 되어버린 일본

코로나19는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던 숨겨진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많은 나라들이 정말로 예상치 못한 허접한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나라가 의외로 잘 대처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아마도 후자였을 것이고, 전자는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는데 우리 인접국 중 하나인 일본은 분명 포함될 것이다.

크루즈선에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까지도 일본 자국 선박이 아니므로 자국 상황이 아니라고 정신승리하는 것도 모자라서, 우리가 원칙대로 검사, 추적, 격리, 치료를 빠르게 체계화하는 동안 일본은 수수방관했다. 위기 상황에 대한 그 나라 리더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미국은 그 나마 연방국가니까 각 주별로 자체적인 대처를 해나가면서 연방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때까지 시간이라도 벌 수 있는데, 일본은 최장수 총리가 당장 눈앞에 다가온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였고,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참고로 그 도박은 졌다. 1년 연기에 일본이 전액 손해를 메꿔야 하고 결정적으로 내년이라고 개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나라 리더의 수준은 곧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맞닿아있다. 경제 대통령만 뽑으면 7/4/7 공약이 실현될 것 처럼 떠들어댔던 지난 어두운 과거가 생각난다. 아베노믹스라는 일본판 양적완화를 토대로 스팀팩을 계속 써가면서 반짝 호황을 맛보게 하고,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면서 장기 집권을 한 결과가 지금의 일본이다. 제대로 검사조차 하지 않고 의료 붕괴가 시작된 현 시점까지도 통렬한 반성이나 거국적인 대책 하나 없이 곰팡이 피는 마스크나 뿌려대고 있다. 전범들 참배나 해대는 일본 정치인들이나 혐한 팔이하며 막말 해대는 극우 세력은 여전히 밉고 싫지만, 그 나라 국민들은 무슨 죄가 있나. 동아시아에 고립되어 마치 크루즈선이 되어버린 일본이, 리더의 자포자기와도 같은 무능함으로 인해서 비자발적인 집단 면역 실험에 돌입한건 아닌가 우려된다. 제발, 우리나라에 피해는 주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