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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신냉전

강대국은 강대국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 사이에 낀 나라들은 그들의 사정이 어떠한지에 따라 시시각각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했던 때가 그랬고,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대결별의 시대가 또 그렇다.

우리나라는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동맹이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최대 무역국으로, 홍콩과 연계하면 압도적인 교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들은 둘 다 필요하고 둘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데, 지금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가 하나되고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면서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다.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커지고 기업들은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살 길을 찾느라 분주하다. 코로나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불필요한 선택만 강요당하는 건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아직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풀어야 좋을까. 미국과 중국 고객 둘 다 상대해야 하는 나 같은 일개 직장인도 참 버거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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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리기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에 이은 신작 <희망 버리기 기술>을 봤다. 흡입력 있는 문체란 이런 것일까, 읽는 동안 여러 생각들이 오가기도 했고 때론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끄덕여졌다. 세세한 내용까진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가지, 덧없는 희망에 기대지말고 차라리 의미있는 고통을 선택하라는 그 말은 뇌리에 박혀 있다.

살다보면 가끔씩 헛된 상상을 자주 한다. 로또에 당첨되면 뭐 사야지, 뭐 해봐야지, 아 월급이 3배 정도만 올랐으면 좋겠다 등등 허황되고 아무런 근거 없는 상상부터 약간은 구체적이지만 역시 근간이 없는 상상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미래가 막연히 희망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를 희생하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그럴싸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이유 없이 믿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건 아니지만 때론 너무 덧없다. 아무 노력없이 기술이 저절로 발전한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접근법인 것 같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행복한 순간은 짧고 고되고 힘든 시간은 계속 이어진다. 막연히 헌금을 많이 내면 천국에 내 집이 대궐이 되고 마당이 생기고 하지 않는다. 삶은 또다른 삶으로 윤회될 뿐이다. 나는 기독교나 천주교를 부정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좋은 일들을 많이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고마울 따름이지만, 사상적으로는 불교의 이 어쩌면 희망없는 공허함이 마음에 든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게 정답에 근접한 것 같다.

이 고통의 연속인 인생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어떤 고통을 선택할 것인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로또에 당첨되어서 어떤 차를 살지 고르는 것 대신, 오늘 저녁에 치킨 먹는 걸 포기하고 근력 운동을 해서 근육을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고통을 선택할 수 있다.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 심도 깊은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배움이라는 고통은 지적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저자는 여기에서 통찰을 준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란 어떤 고통을 선택할지에 대한 자유다. 이왕이면 의미있는 고통을 선택해라. 그 것이 운동이 되었든 공부가 되었든 봉사활동이 되었든,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만한 일을 해라. 그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위해 현재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공부에 매진한다. 그 고통의 시간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만 진정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을 뺄 수 없다. 몸을 힘들게 하는 고통을 선택할 때만 비로소 우리는 살을 뺄 수 있다. 모든 것은 어떤 고통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그 고통이 가치있는 결실을 가져다 주는가에 달렸다.

나도 올해 들어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올초부터 딥러닝 관련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영어 공부도 비교적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내 업무와 관련된 공부도 계속 신경쓰고 있다. 생각해보면 주위 사람들은 저마다 의미있는 고통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애를 쓰고 있는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이론은 몰라도 이미 다들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어쩜 우리 모두 체감으로 인생이 원래 이런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중에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전작에 비해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작가가 정말로 많은 고민끝에 내놓은 통찰을 담고 있다. 작가와 달리 나는 글을 잘 못쓴다. 그래서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이 책을 꼭 보시라는 말 정도 뿐이다. 그리 두껍거나 읽기가 거북한 책은 아니다. 가볍지만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니 초반부가 약간 지루하더라도 꼭 완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