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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사색의 시간

나는 요즘 점심시간에 밥 대신 사과 종류만 먹고 책을 1시간 정도 읽는다. 다행히 회사에서 점심시간에는 내가 원하는대로 쓸 수 있어서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한다거나, 무조건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없다.) 일주일에 보통 한 권 정도는 읽고 300페이지가 넘는 책들은 한 2주 정도에 걸쳐서 책을 읽고 있다. 업무와 관련성이 전혀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나름의 인사이트를 주는 책들도 많이 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홀로 사색하는 그 짧지만 긴 1시간은 정말로 나로 하여금 많은 변화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중에서 단연코 하나만 선택해 보자면 역시 생각하는 능력의 배양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오랫동안 진득하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생각들이 좀 더 잘된다는 걸 느낀다.

지금 하는 업무가 상품을 기획하는 업무인데, 유관 부서와 협업해야 할 게 많은 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어쨌든 “기획”이라는 업무를 제대로 하려면 그에 맞게 올바른 생각과 여러 가정들, 그리고 그에 따른 예상되는 결과들을 다양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에만 익숙해져 있어서 정보를 필요할때 즉각적으로 찾아서 보고, 본 뒤에는 빠르게 잊어버리는 요즘 시대에는 다소 구식이긴 하지만 여전히 책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금의 나에게처럼 느리지만 강력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비율이 꽤 높다고 들었는데, 반대로 한 달에 2~3권을 읽는 사람들도 적진 않은 것 같다. 직장 생활 하면서 따로 독서할 시간이 없다고 그 동안 핑계를 삼았지만 막상 점심 시간에 읽다보니 금방 금방 읽혀지고 또 몰랐던 내용들을 계속해서 더 많이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 즐겁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어서 좋다. 회사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나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디 나가기도 어렵고, 시간을 무작정 버리는 것도 아까운 것 같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이 있다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게 무엇인지 베스트셀러 위주로 한 번 탐독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나는 독서에 관해서는 이 말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글을 본 당신에게도 진정으로 와닿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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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의 힘

나는 올빼미족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기운이 빠지고 하루종일 멍해지는 병이 있다. 9시에 일어나면 나름 일찍 일어난 편이다.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그나마 30분 더 일찍 일어나긴 하는데,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분명히 9시 전에는 일어날 생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시 전에는 어떻게든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비교적 루틴한 하루를 보낸다. 나에게 있어 약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의식같은 행위는 일기쓰기다. 2014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하루를 기록해오고 있다. 하루를 일기장에 저장하는 개념인데, 사실 별 내용 없다. 그냥 일어난 사건 중심으로 쓰고 어쩌다 내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고찰하긴 한다만, 의식 치고는 시시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꾸준하게 퇴근 후에 책 읽는 시간을 30분이라도 가지려고 계속 도전중이다. 회사에 무료로 최신 도서들을 대여할 수 있게 잘 준비되어 있어서 거기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 달에 2~3권 정도는 덕분에 보는 것 같다. 지금은 거기에 더해서 점심 시간 한시간을 통째로 식사도 하지 않고 그냥 책만 본다. 일주일에 한 권, 한 달에 4권을 회사에서 보고 집에서도 한 달에 2권 정도는 더 보려고 계획중이다. 독서 루틴은 의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런 결정을 하기 까지는 쉽지 않았지만, 루틴의 힘은 강력한 것 같다. 일단 하게 되면 그 뒤로는 관성적으로 할 수 있다. 자연계는 등속 운동이 자연스럽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는 마찰과 중력의 지배를 받지만,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자전도 하고 공전도 하지 않는가.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꾸준히 나아가면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일기나 독서를 꾸준히 한다고 해서 뭐가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언가 내 사고를 확장 시키거나 논리적인 사고를 좀 더 다듬거나 할 때 1g 정도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마치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감사하며 그렇게 한해 한해를 쌓아나가는 것 처럼, 부족하나마 이렇게 하루 하루를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조금씩 꾸준히 배우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동일한 제목의 책을 오늘 보기 시작했다. 루틴의 힘. 뭔가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논리적으로 경험적으로 잘 정리해서 설명해주는 책이다. 거기에서 나온 훌륭한 아이디어에 따라 나도 최소한 오전 시간 만큼은 오롯이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에 몰두하고, 메일/메신저 대응은 되도록 오후로 미루거나 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내 소중한 루틴을 누구도 방해하지 않도록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라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 글을 쓰는 새벽 너무 졸려서인지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도 독서를 했고, 일기를 썼다. 나의 루틴은 어떻게든 사수했다. 그래 그거면 된거다. 계속 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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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리기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에 이은 신작 <희망 버리기 기술>을 봤다. 흡입력 있는 문체란 이런 것일까, 읽는 동안 여러 생각들이 오가기도 했고 때론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끄덕여졌다. 세세한 내용까진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가지, 덧없는 희망에 기대지말고 차라리 의미있는 고통을 선택하라는 그 말은 뇌리에 박혀 있다.

살다보면 가끔씩 헛된 상상을 자주 한다. 로또에 당첨되면 뭐 사야지, 뭐 해봐야지, 아 월급이 3배 정도만 올랐으면 좋겠다 등등 허황되고 아무런 근거 없는 상상부터 약간은 구체적이지만 역시 근간이 없는 상상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미래가 막연히 희망적일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를 희생하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그럴싸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이유 없이 믿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건 아니지만 때론 너무 덧없다. 아무 노력없이 기술이 저절로 발전한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접근법인 것 같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행복한 순간은 짧고 고되고 힘든 시간은 계속 이어진다. 막연히 헌금을 많이 내면 천국에 내 집이 대궐이 되고 마당이 생기고 하지 않는다. 삶은 또다른 삶으로 윤회될 뿐이다. 나는 기독교나 천주교를 부정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좋은 일들을 많이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고마울 따름이지만, 사상적으로는 불교의 이 어쩌면 희망없는 공허함이 마음에 든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게 정답에 근접한 것 같다.

이 고통의 연속인 인생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어떤 고통을 선택할 것인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로또에 당첨되어서 어떤 차를 살지 고르는 것 대신, 오늘 저녁에 치킨 먹는 걸 포기하고 근력 운동을 해서 근육을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고통을 선택할 수 있다.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 심도 깊은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배움이라는 고통은 지적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저자는 여기에서 통찰을 준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란 어떤 고통을 선택할지에 대한 자유다. 이왕이면 의미있는 고통을 선택해라. 그 것이 운동이 되었든 공부가 되었든 봉사활동이 되었든,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만한 일을 해라. 그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위해 현재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공부에 매진한다. 그 고통의 시간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만 진정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을 뺄 수 없다. 몸을 힘들게 하는 고통을 선택할 때만 비로소 우리는 살을 뺄 수 있다. 모든 것은 어떤 고통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그 고통이 가치있는 결실을 가져다 주는가에 달렸다.

나도 올해 들어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올초부터 딥러닝 관련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영어 공부도 비교적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내 업무와 관련된 공부도 계속 신경쓰고 있다. 생각해보면 주위 사람들은 저마다 의미있는 고통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애를 쓰고 있는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이론은 몰라도 이미 다들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어쩜 우리 모두 체감으로 인생이 원래 이런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중에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전작에 비해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작가가 정말로 많은 고민끝에 내놓은 통찰을 담고 있다. 작가와 달리 나는 글을 잘 못쓴다. 그래서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이 책을 꼭 보시라는 말 정도 뿐이다. 그리 두껍거나 읽기가 거북한 책은 아니다. 가볍지만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니 초반부가 약간 지루하더라도 꼭 완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