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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미중 냉전시대가 온다

나는 중국과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2016년에 회사에서 어학연수를 시켜주는 지연전문가라는 프로그램에 우연찮게 선발되어 상해에서 1년간 살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 전까지 중국은 그냥 가깝지만 먼 나라와 같았고, 나에게는 낯선 국가였다. 지금은, 어떤 면에서는 익숙하고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낯선 그런 복잡 미묘한 나라다.

내가 살던 때 이미 미국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었다. 한국에도 없던 애플스토어를 구경했고 맥도날드와 KFC에 가끔 갔었으며 스타벅스에서 자주 커피를 마셨다.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어라는 언어를 사용했지만, 적어도 문화의 상당 부분은 미국에서 온 것이었다. 나는 한국에서처럼 중국에서도 여전히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문화와 자본이 빠진 중국을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고, 지금도 사실 그렇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중국과 다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뭔가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끝내고 1차 합의를 한 상황이라서 더 놀라웠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달리 이 밖에 설명할만한 요인은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여러모로 미운가보다.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는데, 농담이 아닌 것처럼 들려서 더 놀라웠다.

중국속에 깊숙히 스며든 미국의 자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중국의 자본이 깊숙히 스며들어있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세계화 시대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여 서로의 노동력과 자본을 교환하며 경제를 성장시키고 서로가 부를 축적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질서는 다시 한번 재편되려 하고 있다.

아마 훗날 이 시대를 미중 냉전시대의 서막으로 분류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미국과 중국의 냉전은 필연적으로 두 강대국의 줄세우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역대급의 외교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보는 미국과 함께하고 있지만, 경제는 중국도 중요한 하나의 축이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건, 대한민국으로서는 참으로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만해도 중국 고객들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한데 비단 여기 뿐이겠나. 아마 상당수의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골치를 앓을 것이다.

평화는 짧고 긴장은 계속된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이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미중 갈등은 언제쯤 풀려질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