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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강대국은 강대국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 사이에 낀 나라들은 그들의 사정이 어떠한지에 따라 시시각각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했던 때가 그랬고,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대결별의 시대가 또 그렇다.

우리나라는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동맹이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최대 무역국으로, 홍콩과 연계하면 압도적인 교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들은 둘 다 필요하고 둘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데, 지금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가 하나되고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면서 나름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다.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커지고 기업들은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살 길을 찾느라 분주하다. 코로나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불필요한 선택만 강요당하는 건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아직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풀어야 좋을까. 미국과 중국 고객 둘 다 상대해야 하는 나 같은 일개 직장인도 참 버거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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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냉전시대가 온다

나는 중국과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2016년에 회사에서 어학연수를 시켜주는 지연전문가라는 프로그램에 우연찮게 선발되어 상해에서 1년간 살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 전까지 중국은 그냥 가깝지만 먼 나라와 같았고, 나에게는 낯선 국가였다. 지금은, 어떤 면에서는 익숙하고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낯선 그런 복잡 미묘한 나라다.

내가 살던 때 이미 미국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었다. 한국에도 없던 애플스토어를 구경했고 맥도날드와 KFC에 가끔 갔었으며 스타벅스에서 자주 커피를 마셨다.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어라는 언어를 사용했지만, 적어도 문화의 상당 부분은 미국에서 온 것이었다. 나는 한국에서처럼 중국에서도 여전히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문화와 자본이 빠진 중국을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고, 지금도 사실 그렇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중국과 다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뭔가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끝내고 1차 합의를 한 상황이라서 더 놀라웠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달리 이 밖에 설명할만한 요인은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여러모로 미운가보다.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는데, 농담이 아닌 것처럼 들려서 더 놀라웠다.

중국속에 깊숙히 스며든 미국의 자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중국의 자본이 깊숙히 스며들어있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세계화 시대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여 서로의 노동력과 자본을 교환하며 경제를 성장시키고 서로가 부를 축적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질서는 다시 한번 재편되려 하고 있다.

아마 훗날 이 시대를 미중 냉전시대의 서막으로 분류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미국과 중국의 냉전은 필연적으로 두 강대국의 줄세우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역대급의 외교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보는 미국과 함께하고 있지만, 경제는 중국도 중요한 하나의 축이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건, 대한민국으로서는 참으로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만해도 중국 고객들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한데 비단 여기 뿐이겠나. 아마 상당수의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골치를 앓을 것이다.

평화는 짧고 긴장은 계속된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이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미중 갈등은 언제쯤 풀려질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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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과 동성애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이제 겨우 생활속 거리두기(=생활 방역)가 시작되자마자 이태원 클럽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져나갔다. 이 시국에 꼭 클럽에 가서 몸을 흔들어야 했냐는 비난이 많다. 또 해당 클럽들의 ‘특수성’이 더해지면서 비난이 거세다. 아직도 자발적 검사에 응하지 않은 상당수의 잠재 감염자들은, 감염 사실 여부보다 원치않는 아웃팅이 더 두려워 보인다. (익명 검사를 지원한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조용히 검사를 받으러 가길)

이태원 터줏대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동성애자인 홍석천님은, 아직 동성애가 뭔지도 잘 모르던 우리나라에서 스스로를 희생하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냈다. 그 후 사회가 동성애를 인식하고 개인의 성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와중에 이번 일을 계기로 어쩌면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가 더 확산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더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행동에 달렸다. 동성애자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고, 동성애에 대한 권리 보호 이전에 생명 보호부터 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까지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즉각적인 검사와 자발적인 격리 조치다.

밤낮없이 고생하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오직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행여라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질까 두려워 코로나19에 감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검사를 회피하고 연락을 끊고 숨어버리는 건 비겁할 뿐더러 무책임하다. 처음에는 단지 이런 시기에 클럽에서 젊음을 과시한 철없는 행동에 대해 비난받겠지만, 나중에는 바이러스를 음지에서 확산시킨 비겁한 동성애자들로 낙인 찍힐 것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언제나 그렇듯 책임도 져야한다. 너무 늦지 않게 자발적으로 익명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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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다 사람이 더 중요할까?

코로나19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실천했다. 많은 이들이 당장 생계 곤란에 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없이 국가에서 나서서 돈을 뿌렸다. 잠시 동안은 괜찮았지만, 생각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직으로 내몰렸고 경제적인 활동을 멈춰야만 했다.

이로인해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당장 일을 하지 못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서 굶어 죽는게 나을지 아니면 코로나19에 걸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밖으로 나가서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게 나을지. 자신의 젊음을 과신하여 클럽같은 곳에 간 사람들은 단지 소비와 쾌락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만, 정말로 경제적인 곤란 때문에 어쩔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각 나라별로,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조차도 서둘러 경제활동을 재개하도록 하고 있는 건, 결국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국민들의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나라도 말로는 자유를 더 중시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상은 경제가 박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돈도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봉쇄 정책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무너지는 경제를 하루빨리 정상화 할 것인가? 당연히 사람이 더 중요하고 생명이 우선이지만, 생각보다 이 당연한 선택이 쉽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명의 위협과,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실질적인 위협에 마주한 우리는 과연 경제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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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대한민국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각 나라마다 예기치 못하게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 같다.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의 검사, 추적, 격리, 치료의 4가지 중 “추적”에 대해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고 미국은 활동의 자유를 주장하며 총기를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하간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질병을 통제해야 하는지, 아니면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보여준 것 처럼 국가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게 좋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만약 우리나라가 올바른 해법을 제때 보여주지 못했더라면, 자유 민주주의 시스템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공격을 받기 쉽상이었을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국가 차원의 강력한 통제라는 것은 뭔가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러한 비상 시국에 원칙만 따지면서 자유로운 시민들의 이동을 방관하는 것은 무능하다. 중국은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그 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그 방식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포기해야만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모든 걸 경제 논리로 생각하며 자포자기 하는 건 바보같다.

자유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 중에서는 오직, 대한민국만이 제대로된 정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최대한 보호하면서 CCTV, 신용카드 사용내역(이게 핵심적인 도움이 되었다)등을 조사하여 잠재적인 위험자들을 식별하고 빠르게 안내하여 조치하였다.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나? 맞다. 대신 그 대가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검사를 무료로 받게 하고 자가 격리 때 밥 굶지 말라고 지원도 해주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게 국가가 할 일이라는 대전제가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일부 자유 제한(자가 격리 명령 등)이 있었지만, 이것은 국가의 더 큰 목표(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를 위한 작은 희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한 깨어있는 국민들의 역할이 컸다. 나는 이정도면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불릴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자부심도 든다. 더 이상 열등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