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나는 올빼미족이다. 새벽이 오기 전에는 잠을 쉽사리 잘 수 없는 몸으로, 만약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할 경우나 주말처럼 알람이 필요없는 경우 나는 보통 10시반 정도에 일어난다. 햇살이 눈을 두드리는 수준까지 가야 겨우 눈을 뜨는 것이다.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직장인으로서 이런 몸은 약간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기는 했었다.

그러던 차에, 모종의 계기로 나도 아침형 인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는 아침형 인간들이 재수없게 유난 떠는 것 뿐이라는 걸 본 적이 있긴 한데, 일주일 정도 체험해보니까 내 기준으로는 충분히 유난을 떨어줘도 될 것 같다. 정말 아침에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것 그 자체로 너무 힘들었다.

해가 뜨기전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학생 시절에는 4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문제 없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그 때도 너무 싫기는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 정도는 아니었다. 서른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내 몸은 수면 시간 8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아침 6시 기상은 꿈꾸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새벽에 눈이 떠진다고 하는 분들은 대체 어떤 기저 작용이 있는 것인가.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태어난건지 모르겠다.

게으름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정확하지도 않은 것 같다. 아마 추측하건데 수면의 질이 떨어졌거나 혹은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로 머리 속이 복잡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일단 침대에 누으면 잠은 그래도 빨리 드는 편이지만, 그 전까지 뭐랄까… 마치 밀려있는 ‘재미난 놀거리’들이 나를 기다리며 아쉬워하고 있는 것 같아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일주일 정도 일찍 일어나기를 해봤는데, 그래서 이제 포기할거냐? 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나의 답은 ‘아니다, 계속 해본다’ 이다. 여전히 일어나기 힘들겠지만, 이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부산한 모습들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그들처럼 나도 뭔가 좀 더 부지런해진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 즐겁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가로지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출근해서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오늘의 할일을 떠올리며 쉽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언젠가 스스럼없이 나도 이제 아침형 인간이 되었노라고, 그래서 너가 꿈나라를 헤매이는 그 시간에 나는 현재를 걷노라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대단한 일이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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