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 접종 후기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민방위 아재로서 우연찮게도 백신을 먼저 맞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실 백신을 맞아야 하나 아니면 기다릴 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한 편으로는 빨리 접종해서 집단 면역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다가도, 백신 접종으로 뭔가 잘못되면 어쩌나 혹은 너무 아프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국가번호 더 빨리(+82)의 국민으로서 선착순 마감에 내가 늦어지는 건 참을 수 없어 재빨리 신청했고, 6/14일 드디어 얀센 백신 접종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백신 접종 후 3일차까지는 조건 없이 쉴 수 있었는데, 정말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사람마다 백신 접종 후 면역 반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내가 설명하는 내용이 다른 사람들과는 충분히 다를 수 있지만, 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1일차부터 3일차인 오늘 시점까지 몸의 변화에 대해서 가감없이 사실 위주로 기록을 남겨둔다.

1일차(접종당일)

오전 11시에 예약이 되어서 그 전에 한 20분 전쯤 소아과 병원에 도착했는데, 예비군/민방위 아재들이 이미 병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아과 병원에서 30대 아재들을 이렇게 많이 보고 있자니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언밸런스한 느낌이 들어서 기괴하기도 했지만, 곧 나 역시 그러한 기괴함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갔다.

접종은 약 30분이 지연되어서 11시 30분에 접종을 하였고, 의사 선생님께서 접종 전에 나를 비롯한 5명의 접종 대상자들에게 주의사항등을 하나씩 알려주셨다. 접종 부위가 묵직하고 아플 수 있다는 설명, 당일에는 샤워하지 말고 혹시 이상 증상 발생 시 병원에 바로 올 것 등을 안내하셨는데 이 때 솔직히 약간 걱정이 들긴 했지만 이미 그 걱정을 하는 동시에 기다란 주사 바늘이 내 왼쪽 어깨 부근에 깊숙히 들어오고 있었다.

접종을 맞는 나를 비롯한 5명은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그 어떠한 지연 시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순서대로 착착착- 맞고서 진료실을 벗어나 대기실에서 대기했다. 나는 주사 맞는 그 시점에 묵직했던 느낌 말고는 딱히 큰 이상은 느끼지 못했고, 약 20분 정도 대기실에서 빈둥거리며 이상 여부를 관찰한 뒤 다시 집으로 왔다. 이때까지는 독감 접종 때와 크게 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때까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약간 졸음이 밀려와서 그대로 거실 바닥에 누웠는데 그대로 한 시간 정도 꿀잠을 잤다. 그러고나서 일어나니 뭐 크게 힘들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몸이 뜨겁거나 그러진 않았다. 혹시 몰라서 타이레놀도 한 통 사두긴 했는데 내가 너무 오버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 상태로라면 내일 출근해서 일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자기 전까지도 그 어떤 특별한 증상도 없었고, 평소 보다 약간 컨디션이 떨어진듯 만듯한 느낌만 들었다. 뉴스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너무 무서운 글들을 많이 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맘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2일차

거짓말처럼, 간밤에 몸살 기운이 돌기 시작하더니만 목이 타고 기력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당연히 제 시간에 일어나지도 못했고, 땀이 은근히 많이 났다. 체온 측정은 정상이었지만 내 몸은 정상이 아닌게 분명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내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내 몸을 지키는 군대와 온 몸 곳곳에서 국지전을 벌이는 느낌이었다. 1일차에 느꼈던 건방진 오판(별 거 아니네?)을 단숨에 후회하게 만들어주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식욕은 떨어졌는데, 화장실 가는 횟수는 대폭 증가했다. 뭐랄까… 내 몸에 있는 에너지란 에너지는 모두 탈탈 털어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쥐어짜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 빼낼 거 다 빼낸 불필요한 것들은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한 게 아니었을까. 여하간 내 몸에 들어있던 것들이 순식간에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기력이 더 떨어졌고, 나도 모르게 먹을 걸 찾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평소 먹지 않았던 고칼로리 감자탕을 혼자서 2인분 이상 먹었고, 초 고칼로리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반통 이상 먹어 치웠다. 약간 부끄럽지만 먹고 화장실 가고 먹고 화장실 가고가 계속 되었다.

생각해보니 주먹도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는데, 피로감이 몰려와서 계속 누워 있어야 했다.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또 화장실 가고 다시 자고 그게 계속 반복되었다. 체온계로는 측정되지 않는 열감이 있었고, 온 몸이 욱씬 거렸다. 밖에 나가서 걷는 것도 상상되지 않을만큼 힘들었다. 이 때 처음으로 약간 백신 맞은 걸 후회했는데, 이미 일은 벌어지고 난 뒤였고 나는 다시 회복될 거라 믿으면서 버텼다. 결국 저녁 즈음에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나서야 약간의 평화를 찾았지만,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졌다. 결국 내일 출근해야지 하는 생각은 고이 접어두고 내일까지 푹 쉬기로 했다.

3일차

오늘 3일차 아침은 어제 아침과 비슷했다. 일찍 일어나기 어려었고,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으며 여전히 식은땀이 약간 났다. 하지만 다른 점이 곧 느껴졌는데, 정신이 좀 더 또렷해졌고 몸에 힘이 조금 돌아오기 시작했다. 밤 사이 푹 자면서 회복에 진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백신을 맞은 지 72시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는 다시 거짓말처럼 회복되는 게 느껴진 것이다.

허기가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서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었는데, 먹고 나니까 몸에 확실히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얼마나 기력이 없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이 몸 상태로 당장 달리기를 한다거나 운동까지 하는 건 아직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걷고 집안일 하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빨래를 개고 하면서 조금씩 움직이니까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 없이 코로나 백신 어쩌지 하고 있다가, 선착순 신청에 지지 않기 위해 신청했다가, 얼떨결에 백신 접종하고 어제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이렇게 3일차까지 무사히 지나왔다. 사람마다 면역 반응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하는데, 나 정도면 솔직히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요단강 입구까지 다녀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하니 면역 반응이 나보다 심했다면 충분히 힘들었으리라.

그래도, 이렇게 백신을 먼저 접종함으로서 집단 면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는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우리와 함께 살아가겠지만, 그 사이 우리가 좀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예방 접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머지 않은 때에 메르스와 사스 때처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년에 또 백신을 맞게 되겠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는 덜 무섭고 더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계신 분들에게 이 글이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얼마나 아팠는지 최대한 담백하게 글로 정리해봤는데, 솔직히 2일차만 잘 버티면 3일차부턴 살만하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접종 전/후로 며칠간은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서 상태를 관찰하고, 먹는 걸 챙겨주시면 더 좋겠다. (나는 부모님께서 살펴봐 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말되, 드물지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반응에 대해서는 면밀히 관찰하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계신 모든 분들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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