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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딥러닝

나는 딥러닝(Deep Learning) 전문가도 아니고, 이걸로 밥먹고 살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심지어 그렇게 큰 관심을 두고 살지도 않았다. 그저 우연히 재작년 쯤에 업무와 연관되어서 몇 달간 공부하고 업계 1, 2위를 다투는 몇 군데 업체들과 만나 보았을 뿐이다.

지금은 물론 딥러닝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고, 업무적으로 딥러닝을 주로 다루는 분들과 가끔 회의 석상에서만 우연히 만나고 있다. 이 정도 설명이면 딥러닝과 내가 얼마나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런 내가, 최근에는 딥러닝에 대해서 알아보고 공부하고 공부한 걸 정리해서 부서에도 공유하고 코딩도 해보고 실제로 알고리즘도 분석해보고 있다. 나는 회사에서 제품 상품 기획을 하는 사람이고,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그런 내가 딥러닝에 이렇게까지 몰두하고 있다.

딥러닝이 4차 산업 혁명의 중심이니까? 이거 모르면 아는 척 하기 힘들어서? 왠지 대세 기술이니까 숟가락 한 번 올려보려고?

아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공부한다기 보다는, 정말로 그냥 궁금해서 알아보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나는 참고로 어렸을 적부터 공부를 참 하기 싫어했다. 관심있는 프로그래밍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파고 들었지만, 재미도 없고 재능도 없는 공부는 등한시했다. 수학이 특히 싫었다.

수학 싫어하면 딥러닝을 파고 들기는 쉽지 않다. 당장 경사하강법과 역전파에서 중요한 미분은 오늘날의 딥러닝이 있게 한 핵심적인 수학 개념이니까 중요하다. 나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학교 수준의 수학부터 다시 개념을 잡고 복습을 해야만 했다. 순전히 딥러닝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다. (놀랍게도 알고 싶어서 공부하니까 너무 쉽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서울대 갈 건 아닌 거 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 우리 인간이 쓰는 언어도, 이미지 속에 객체 인식도 뭔가 기가 막힌 알고리즘과 방정식을 통해서 해결될 줄 알았다.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때는, 분명히 그 기저에 알고리즘이, 정교하게 설계된 방정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실시간 번역과 이미지 속에서 고양이를 찾고 그 고양이가 어떤 종인지도 구분해내는 소프트웨어는 그런 특정한 방정식에 기반한 정교한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의 두뇌를 모사한 방식의 신경망(Neural Network) 그리고 어마무시한 학습 데이터와 심층 네트워크로 이뤄진 딥러닝이다.

결국 딥러닝을 이루는 핵심은 적절한 신경망의 설계와 함께 엄청난 양의 학습 데이터라 할 수 있다. 마치 아기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학습해 나가면서 사물을 구별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발견한 가장 좋은 방식이 사실은 자연이 오래전부터 내놓은 발명품이라는 게 참 놀랍고도 경외감이 든다. 자연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자연이 어떻게 우리를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 자연으로부터 여전히 공부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자연에게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고, 그래서 배우고 익힐수록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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